"아이들이 발표를 하지 않아요."
왜 아이들은 발표를 하지 않을까? 알고 있으면서도 거수도 하지않고 입도 뻥긋하지 않은 아이들이 교실에 너무 많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왜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할까? 첫번째는 성격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남들 앞에서 지독하게 말하기 싫은 성격,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발표를 무척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는 최소한의 발표를 제외하고는 발표하려는 생각이 없기에 강제로 시켜보는 방법이 최우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오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든 결과이다.
아이들의 머리속에 오답에 대한 인식은
오답은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는 답과 같지 않은 모든 생각
오답은 틀린 생각, 옳지 않은 생각, 쓸모 없는 생각, 무가치한 생각
오답은 의미를 부여 받지 못한 채 버려지는 것
오답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하는 생각
오답을 말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
이것이 아이들이 발표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오답을 위와 같이 인식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오답으로 판정을 받는 경우 부끄러워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애써 생각하고 발표한 생각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함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발표에 앞서 '틀리면 어떻게 하지?'같은 불안감과 두려움,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오답의 공포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발표하지 않고 이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작은 것을 크게 생각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발표의 공포로 인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사고의 결여를 초래하고 학습의 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서만은 오답은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오답이 아니라 '덜 완전한 생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항상 완벽한 답을 해낼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답은 오답이 아니라 '덜 완전한 생각'이다. 아이들이 말하는 답은 순도 100%의 순금이 아니라 금이 섞여 있는 금광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깨끗하게 컷팅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원석인 것이다. 제련되지 않은 금은 금이 아닐까?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하지만 많은 교실에서(나를 포함한) 는 순금이 아닌 금은 금이 아니고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교사는 이 부분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던 '정답/오답'의 개념을 더 많은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만든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답 혹은 진리에 어느 정도 다가섰는지 단계별로 나누어 판정을 해주는 것이다. 그 단계는 교사가 상황에 따라 적당히 나누어 볼 수 있다. (3~5단계정도가 적절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만들어진 '자기 나름의 생각'이 정답이나 진리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교사는 몇단계의 답이라고 판정해준다면 아이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답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수정하여 변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할 것이다. 이것이 수업시간동안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자기 나름의 생각'은 곧 사고활동이며 이를 변화시키고 수정하는 것은 사고활동의 확장을 의미한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올바른 발문도 중요하지만 이를 판단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사고활동을 이어날 수 있도록 하는 리액션과 상황대응도 중요한 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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